~벽화 이야기~/~벽화~

~계현법사와신찬선사~

단청단청 2008. 1. 16. 21:20

 

신찬선사는 중국 북주에 있는 고령사로 출가하였다. 그의 은사스님인 계현 법사는 그 절의 강사인데 제자인 신찬이 훌륭한 강사가 되어 자기의 뒤를 이어줄 것을 기대하며 열심히 경전을 가르쳤다. 신찬은 타고난 현명함과 꾸준한 노력으로 오래지 않아 스승의 실력을 능가하게 되었다. 불교경전을 어느 정도 섭렵한 신찬은 이제야 참선을 통하여 생사해탈의 큰 일을 마쳐야 겠다는 생각이 간절하였다. 신찬이 자신의 간절한 뜻을 스승에게 말씀드렸으나 스승은 냉담한 반응만을 보일 뿐이었다. 더이상 헛되이 머무를 수 없다고 판단한 신찬은 몰래 도망하여 당대의 선지식 백장스님의 문하로 들어갔다. 그리고 여러해 동안 불철주야하며 피눈물나는 정진을 거듭한 신찬은 마침내 견성오도 하였다. 깨달음을 얻은 그는 처음 자신을 입문시켜 불경을 가르쳐주고 지극히 아껴준 졔현법사의 은혜를 생각하고는 고령사로 돌아왔다. 너는 나를 떠나 여러해 동안 소식이 없었다. 그래 그동안 무슨 소득이라도 있었느냐? 계현법사는 신찬이 돌아온 것을 반갑게 생각하면서도 이렇게 힐책하였다. 아무것도 얻은 바가 없습니다. 본래무일물(본래 한 물건도 없다)인데 무슨얻은 것이 있겠느냐는 뜻. 그러나 이말의 참뜻을 알아듣지 못한 스승은 신찬이 허송세월만 하고 돌아왔다고 생각하고 신찬에게 실망한 스승은 절에서 천한 일이나 할 것을 명하였다. 신찬은 아무런 불평도 하지 않았다. 나무하고 마당쓸고 공양주를 도와 물을긷고 불을 때기도 하였다. 그러던중 하루는 계현법사가 신찬에게 목욕물을 준비 시키고 등을 닦아달라고 부탁하였다. 신찬은 스승의 말씀대로 등을 깨끗이 닦아드리고나서 스승의 등을 가볍게 치면서 중얼거리길 법당은 참 좋은데 부처가 영험이 없구나 이말을 들은 스승은 이상한 생각이 들어 흘끗 돌아보니 그에 꺼리낌없이 신찬 왕 부처가 염험은 없어도 방광은 할줄 아는구나? 그러나 스승은 아직도 제자의 심상찮음을 겨우 눈치챌 정도였다. 계현법사는 언제나 창 아래 놓인 책상 앞에 단정히 앉아 경전을 읽곤하였다. 어느 따뜻한 봄날 꿀벌 한 마리가 방안으로 들어왔다가 다시 나가려고 애쓰고 있었다. 꿀벌은 반쯤열린 문 사이로 나가면 되는데도 꼭 닫힌 찬문에 몸을 바딪치며 헛된 노력을 계속하고 있었다. 이모양을 묵묵히 지켜보던 신찬이 스승에게 들리도록 게송을 지어 읊었다. 활짝 열어놓은 저 문은 마다하고 굳게 닫힌 창문만을 두두리는구나 백년 동안 옛 종이를 뚫으려 한들 어느 때에 벗어나길 기약하리오. 제자의 게송을 조용히 들은 스승은 그제야 보던 경전을 덮고 묵묵히 신찬을 바라보았다. 나는 네가 허송세울만 하고 돌아온줄 알았더니 그렇지 않구나. 너의 태도가 법상치 않으니 그동안 누구의 문하에서 어떤 법을 배웠는지 말해 보아라. 스님 무례한 말씀을 드려 죄송합니다. 실은 그동안 백장선산 법좌에서 불법의 요지를 깨닫고 왔습니다. 돌아와보니 스님께서 참공부에는 뜻이 없으시고 여전히 문자에만 골몰하고 계신것이 민망하였습니다. 제가 권하여도 들으실리 없는지라 버릇없는 말씀을 누차 드려 참다운 발심을 촉구하였던 것입니다. 부디 용서하여 주십시오. 오. 기특한 일이다. 비록 나의 상좌이긴 하나 공부로는 나의 스승이니 지금부터 백장스님을 대신하여 나에게 불법을 설법하여 다오 계현스님은 북을 올려 대중을 모이게 한 뒤에 법상을 차려 설법하게 하였다. 신찬은 위의를 갖추고 엄숙하게 법상에 올라 대중을 향하여 설법을 시작 하였다. 신령한 빛이 홀로 빛나 인식의 세계를 벗어났으니 참모습이 드러나 문자에 걸림이 없도다. 마음은 물들지 않고 스스로 원만히 이루어져 있으니 다만 망령된 인연만 여의면 곧 부처니라. 법상 아래에서 제자인 신찬의 법문을 조용히 듣고 있던 계현 스님은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말하였다. 내 어찌 그늘막에 이와 같이 지극한 가르침을 들을 수 있으리라 짐작했으리오. 이리하여 계현스님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쳐다보다가 제자로 말미암아 허공의 밝은 달을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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